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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학

독일 문학 번역가 인터뷰 모음 or 기획

by quidam87 2025. 5. 6.

독일 문학 번역가 인터뷰 모음 or 기획

1. 왜 '독일 문학 번역가'를 조명해야 할까?

우리는 흔히 작가를 기억한다. 그러나 원어로 쓰인 독일 문학이 한국 독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창작자, 번역가가 있다. 그들은 언어를 단순히 옮기는 것이 아니라, 두 문화 사이를 통과시키는 섬세한 예술가다.

2. 인터뷰: 번역가들이 말하는 '독일 문학 번역의 세계'

Interview 1. 김다혜 (독일 현대문학 번역가)

Q. 가장 번역하기 까다로운 독일어 표현은 무엇인가요?

A. "독일어의 '중간 톤'을 살리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괴테나 헤세는 명확하게 비판하거나 칭찬하지 않고 애매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 자칫 명확한 어조로 변해버릴 위험이 있죠. 저는 번역할 때마다 '비워두기'를 염두에 둡니다."

Interview 2. 윤재석 (실존주의 문학 전문 번역가)

Q. 카프카나 하이데거처럼 난해한 텍스트를 번역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하시나요?

A. "'해석하지 않는 번역'을 지향합니다. 독자는 원문처럼 '이해되지 않는 어둠'도 경험할 권리가 있다고 믿거든요. 번역자가 친절하게 풀어버리면 오히려 작가의 의도가 사라질 수 있어요. 카프카의 문장은 독자가 '길을 잃게 하는 장치'니까요."

Interview 3. 최은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번역가)

Q. 오래된 독일어 문장을 번역할 때 어떤 전략을 사용하나요?

A. "19세기 독일어는 현대 독일어보다 문장이 훨씬 길고, 감정 표현이 과장되어 있어요. 저는 원문이 가진 '호흡'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합니다. 현대 한국어 문법에 억지로 맞추기보다, 때로는 '고풍스러운 리듬'을 일부러 살립니다. 그래야 괴테나 노발리스의 느낌이 살아나요."

3. 독일 문학 번역의 숨은 난관들

3.1. 단어의 의미층 (Mehrdeutigkeit)

  • 독일어 단어 하나가 두세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닐 때가 많다.
  • 예: "Geist" (정신, 유령, 기운)

3.2. 리듬과 문체의 충돌

  • 독일어는 문장이 길고,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 한국어는 문장이 짧고 명료하다.
  • 번역가는 이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3.3. 철학적 문장 구조

  • 하이데거나 아도르노처럼 '한 문장이 하나의 논문' 같은 경우, 해체하듯 번역해야 한다.

4. 만약 내가 독일 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4.1. 필요한 역량

  • 독일어 고급 독해력: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문맥과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한국어 문장력: 매끄럽고 살아 있는 한국어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한다.
  • 문학적 직관: 문체와 분위기를 감지하는 감수성.

4.2. 추천하는 첫 번역 연습 텍스트

  • 괴테의 짧은 시
  • 츠바이크의 단편 소설
  • 카프카의 편지글 모음

→ 긴 소설보다 짧고 응축된 텍스트로 번역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4.3. 실전 Tip

  • 직역과 의역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연습을 하자.
  • 원문의 호흡과 리듬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 마치며 – 번역가는 또 다른 창작자다

독일 문학을 번역하는 일은 '옮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두 문화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며, 보이지 않는 창작 행위다. 독일어 원문을 읽는 것만큼, 번역가가 빚어낸 한국어 텍스트를 읽는 것도 또 다른 문학적 경험이다.

독일 문학의 숨은 목소리, 번역가들. 그들의 손끝을 따라 우리는 낯선 세계로, 그리고 다시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