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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학

독일 극장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TOP 5 – 지금 독일 관객들이 사랑하는 연극들

by quidam87 2025. 4. 8.

독일 극장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TOP 5 – 지금 독일 관객들이 사랑하는 연극들

1. 들어가며 – “무슨 연극을 볼까?”가 아닌 “왜 또 이 연극일까?”

독일은 유럽에서 극장 인프라가 가장 촘촘한 나라다. 140개 이상의 공공극장과 수백 개의 자유극장이 도시 곳곳에 분포하며, 매년 수천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관객의 선택이 항상 ‘새로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독일 극장 현장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5편을 소개한다.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그 작품들이 왜 여전히 사랑받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참고로, 이 리스트는 최신 공연 트렌드와 극장별 프로그램 분석을 토대로 구성한 것으로, 구글에는 없는 고유한 해석을 담고 있다.)

 

2. TOP 1 – 베르톨트 브레히트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 초연: 1941년 (취리히)
  • 장르: 서사극 / 반전 드라마
  • 왜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이후, 독일 연극계는 다시금 ‘전쟁을 바라보는 연극’에 주목하고 있다. 《억척어멈》은 브레히트의 대표작이자,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도구화하는지를 정면에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근 공연에서는 억척어멈을 난민 출신 배우가 연기하거나, 무대 위에 실제 뉴스를 배경으로 사용해 현대성과 직결된 해석이 이루어진다. 브레히트의 고전이 지금 여기의 비극을 말하는 텍스트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3. TOP 2 – 프리드리히 실러 《도적》

  • 초연: 1782년 (만하임)
  • 장르: 폭풍과 열정 / 사회비판극
  • 왜 지금?

실러의 《도적》은 원래 젊은이들의 저항과 자유를 다룬 18세기 고전이다. 하지만 최근 독일 극장들은 이 작품을 사회 불평등, 젠더 권력, 가족의 해체라는 현대적 주제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실러의 언어는 날카로운 감정선과 명확한 대립 구조를 품고 있어, 연기와 연출이 실험적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한 극장에서는 주인공 ‘카를’을 여성으로 바꿔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 연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4. TOP 3 – 프란츠 카프카 《변신》

  • 초연: 원작은 1915년 발표, 무대화는 20세기 후반부터 활발
  • 장르: 실존극 / 심리극
  • 왜 지금?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했다’는 설정은 이제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고립된 인간, 디지털화된 일상은 모두 ‘벌레가 된 인간’과 흡사하다.

독일 극장들은 《변신》을 텍스트 중심보다 몸의 언어(Physical Theatre)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배우는 말보다 움직임으로 그레고르의 고통을 전달하고, 무대는 점점 감옥처럼 닫혀간다.

《변신》은 지금 독일에서 가장 많이 ‘재해석되는’ 연극이기도 하다.

 

5. TOP 4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1부》

  • 초연: 1829년 (라이프치히)
  • 장르: 철학극 / 서사시극
  • 왜 지금?

괴테의 《파우스트》는 독일 연극의 정전이자, 인간 욕망에 대한 거대한 메타포다. 특히 1부는 ‘지식의 한계’, ‘욕망의 본질’, ‘사랑과 죄’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 어떤 시대든 관객의 마음을 건드린다.

최근 공연에서는 기후위기나 AI 윤리 문제와 연결지어 파우스트의 ‘지식 추구’를 문제시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괴테의 고전이 기술문명의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다.

 

6. TOP 5 –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무대화 각색)

  • 초연: 소설은 1983년 출간, 연극 각색은 2000년대 이후 활발
  • 장르: 심리극 / 페미니즘 비극
  • 왜 지금?

오스트리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옐리네크의 이 소설은 독일 극장에서 자주 무대화된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의 억압, 성적 주체성, 교육 폭력을 중심으로 재해석되며, 강한 연기력을 요하는 배우 중심의 공연이 많아졌다.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언어 그 자체가 배우에게 고통과 자유를 동시에 주는 희곡적 실험으로 기능한다. 소리, 호흡, 침묵이 연극의 중요한 리듬을 만든다.

 

7. 마무리하며 – 반복 속의 갱신, 고전은 살아있다

위의 다섯 작품은 단지 자주 공연된다는 이유로 리스트에 오른 것이 아니다. 이 작품들은 매번 새로운 해석으로 무대에 살아 돌아오며, 동시대 관객과 다시 연결된다.

독일 극장에서는 고전도 박물관 속 전시물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이고 실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연출가는 《억척어멈》을 디스토피아로 만들고, 어떤 배우는 《파우스트》 속 메피스토펠레스를 AI로 해석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극장은 늘 살아 있다. 질문을 던지는 곳이기 때문에.